동료는 다 떨어졌는데…'다주택' 숨기고 나홀로 승진한 공무원

입력 2024-01-28 09:00   수정 2024-01-28 09:31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주택보유조사에서 주택 보유 수를 사실과 다르게 알리고 승진한 고위공무원에 대한 강등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령상 근거 없이 직무 능력과 무관한 사정을 승진 요건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은 최근 공무원 A씨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강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주택보유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과 관련되는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이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 사유 또는 소극 요건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경기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도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2020년 12월 17일부터 이틀간 4급 승진후보자(5급 공무원)에 대한 주택보유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도를 이를 승진 등 인사자료에 활용했다.

지방행정사무관(5급)으로서 4급 승진후보자였던 A씨는 당시 주택 2채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주택보유조사 담당관에게 주택 2채만 보유 중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1채는 자녀 명의이고, 나머지 1채는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전했다.

이후 A씨는 2021년 2월 1일 지방서기관(4급)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A씨와 같이 주택보유조사에 응한 4급 승진후보자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공무원 35명은 모두 4급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경기도는 같은 해 6월 A씨가 주택보유조사 당시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고의로 누락해 4급 승진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에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A씨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제48조에 규정한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징계’를 의결했고, 경기도는 A씨에 대해 해당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대해 소청 심사를 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면서도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에서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사전에 다주택 보유 해소를 권고받지 못해 주택을 처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데다 주택보유현황이 구체적인 경위와 내역에 대한 고려 없이 곧바로 인사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는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조사 결과를 주된 근거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적법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물론 그 자체로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의 임용권자가 5급 공무원을 4급 공무원으로 승진임용하는 경우 법령상 근거 없이 근무성적평정·경력평정 및 능력의 실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승진임용에 관한 일률적인 배제 사유 또는 소극 요건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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